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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의 전설 이야기

김성룡
0 156 2023.10.30 09:26

백일홍의 전설 이야기


어느 작은 어촌에 김 첨지라는 사람이 어여쁜 외동딸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김 첨지의 외동딸은 효성이 지극하여 늙은 아버지를 정성껏 잘 모셨다.

그런데 이 어촌에는 해마다 마을 처녀 한 사람씩을 바다의 이무기에게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고기도 잘 잡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무기가 노해서 큰 풍랑을 일으켜 고기잡이하러 나갔던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는다고 믿었으며 마을에 큰 재앙까지 닥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던 어느 해, 그 첨지의 딸이 제물로 결정되었다.

그러자 김 첨지는 딸을 붙들고“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냐, 난 네가 없으면 살 수가 없어.”

“아버지, 저 역시 한없이 슬프지만 이미 그렇게 결정된 걸 어떻게 하겠어요, 부디 고정하시고 제가 없더라도 오래오래 사세요.”

제삿날이 되자, 김 첨지의 딸을 예쁘게 치장한 모습으로 제사상에 올려지게 되었다.

그때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리더니 바다 저편에서 금빛 찬란한 배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 배에는 늠름한 모습의 한 청년이 내려와 마을 사람들 앞으로 다가와 나지막한 소리로“난 동쪽나라에서 온 왕자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까?”라고 마을 사람들이 묻자,

“예, 나의 부인이 될 사람이 바로 김 첨지의 딸이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이다.”

하고 이어서 왕자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부인이 될 처녀가 이무기의 제물이 되게 된 경위를 전해 들으며, 제삿상에 앉아 있는 김 첨지의 딸을 바라보더니 내려오게 하였다. “이무기는 내가 반드시 처치하겠소. 그러니 여자 옷 한 벌만 준비해 두시오.”

왕자는 예전처럼 바다를 향해 술을 올리고 절을 하면서 제를 지내고 이무기를 불렀다.

이무기가 나타나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왕자가 재빨리 칼을 빼어 이무기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이무기는 머리 하나를 떨어뜨리고 황급히 도망치고 말았다.

이렇게 이무기를 물리친 왕자는 마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김 첨지의 딸과 혼인을 하게 되었다.

이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던 왕자는 하루는 부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난 다시 바다로 나가야겠소.”

“그놈은 아직 죽지 않았소, 그래서 그놈을 쫓아가 죽여야만 후환이 없을 것이오.”

“그러면 언제쯤 돌아오실 건가요.”“늦어도 백일 이내에 돌아오겠소.”“전 당신이 오실 때까지 매일 산 위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리겠어요.”

“돌아올 때 이무기를 죽였으면 뱃전에 흰 깃발을 매달고 만일 내가 실패하면 부하들에게 붉은 깃발을 매달도록 할 것이요.”

부인은 왕자가 떠난 후 매일같이 산 위에 올라가 기도한 후 바다를 바라보며 왕자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왕자가 떠난 지 백일째 되던 날, 저 멀리 수평선 쪽에서 배 한 척이 나타났는데 뜻밖에도 배에서 나부끼는 깃발은 죽음을 알리는 붉은 빛이 아닌가.

부인은 그가 죽을 줄로 알고 한탄하다가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왕자는 살아서 살아왔는데 깃발이 붉었던 것은 이무기의 나머지 목을 칠 때 그 피가 튀어 깃발에 묻었기 때문이었다.

왕자는 자신의 말 때문에 어이없이 죽은 부인을 끌어안고 통곡하다가 부인을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 주었다. 그 후 부인의 무덤에서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이 꽃의 이름을 백일홍이라고 불렀다.


탁상달 (사)바보클럽인재양성콘텐츠랩 「아침 명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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