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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날아든 어느 노부부의 슬픈 사랑 이야기

김성룡
0 232 2023.06.05 10:05

황혼에 날아든 어느 노부부의 슬픈 사랑 이야기


육십이 넘은 노부부가 성격 차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이혼을 하게된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노부부는 이혼한 그날, 이혼 처리를 부탁했던 변호사와 함께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문한 음식은 통닭이었고 통닭이 도착하자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날개 부위를 찢어서 할머니에게 권했습니다.

권하는 모습이 워낙 보기가 좋아서 동석한 변호사가 어쩌면 이 노부부가 다시 화해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내 할머니가 마구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지난 삼십 년간 당신은 늘 항상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더니 이혼하는 날까지도 이러다니, 난 다리 부위를 좋아한단 말이야!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할머니의 이런 반응을 보며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날개 부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삼십 년간 꾹 참고 항상 당신에게 먼저 건네준 건데. 어떻게 이혼하는 날까지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화가 난 노부부는 서로 씩씩대며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각자의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집에 도착한 남편 할아버지는 자꾸 아내 할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나는 한 번도 아내에게 무슨 부위를 먹고 싶은가 물어본 적이 없었구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주면 좋아하겠거니 생각했지.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떼어내서 주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내에게 섭섭한 마음만 들고...돌아보니 내가 잘못한 일이었던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데...사과라도 해서 아내 마음이나 풀어주어야 겠다.”

이렇게 생각한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보고 할아버지가 건 전화임을 안 할머니는 아직 화가 덜 풀려 그 전화를 받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전화를 끊어버렸는데 또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이번에는 아예 밧데리를 빼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잠이 깬 할머니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지난 삼십 년 동안 남편이 날개 부위를 좋아하는 줄 몰랐네. 자기가 좋아하는 부위를 나에게 먼저 떼어내 준 것인데, 그 마음은 모르고 나는 뾰로통한 얼굴만 보여주었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아직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헤어지긴 했지만 늦기 전에 사과라도 해서 섭섭했던 마음이나 풀어줘야겠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할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화가 났나? 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낯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 남편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 집으로 달려간 할머니는 핸드폰을 꼭 잡고 죽어있는 남편을 보았습니다.

그 핸드폰에는 남편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보내려고 찍어둔 문자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미안해, 사랑해”

우리는 누구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으로만 사랑을 표현했던 현실을 되새겨 보는 의미있는 글이자 정말 가슴 찡한 글입니다.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상대방의 의사는 존중하지 않고 오직 자기 의사만 전달하려 하거나 설득시키려는 요즘의 대화법에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는 우리 모두 남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소통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6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탁상달(운영위원장) 

(사)바보클럽인재양성콘텐츠랩 「아침 명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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