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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새해 아침에 일출을 바라보며

김성룡
0 309 2023.01.03 10:44

계묘년 새해 아침에 일출을 바라보며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시 <해>의 서두이다.

해를 맞으며 느끼는 기쁨과 환희, 기대와 설렘의 소망을 표출한 시이다.


새해의 새 아침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러 산이나 또는 바다로 간다.

꼭두새벽에 설레는 가슴을 안고 해님과 첫 인연을 맺으러 가는 것이다.

해가 솟아오르기 직전 누가 선창하지 않았는데도 '하나 둘 셋...'하고 다들 카운트 다운을 복창하게 된다.

마침내 수평선 위로 해가 머리를 내밀면 '와아~'하고 탄성을 지른다.

그 해를 호흡하고 가슴을 크게 벌리며 온몸 깊숙이 받아들인다.

그 해를 몸으로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영혼으로 마시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은 바로 해가 되고 해가 된 자신은 어둠을 살라 먹고 나온 해의 빛이 된다.


우리는 해 앞에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괴로울 때도 처음으로 돌아가고, 슬퍼질 때나 분노가 일었을 때, 탐욕이 나를 불태우려 할 때에도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나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처럼 또는 친구나 애인과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 그 설레임 처럼 순수해지고 성실해지기 위해서 해를 찬미하는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때로는 나에게 기대치가 너무 성급하고 지나치게 과도하지는 않았는지, 나보다 더 가지고 더 누리는 사람들에 대한 시기나 질투는 없었는지, 그들의 성취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매도함으로써 무능함을 스스로 위로하고 합리화하지는 않았는지를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끝없는 자기 반성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맞은 새해의 해는 나에게 내 속의 탐욕을 태워주고, 분노와 슬픔과 죄와 벌을 녹여주고, 나와 세상의 갈등을 해소시켜 주고 화해하게 하며 우울증을 없애 주고 희망의 세상을 보여 준다.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계묘년 새해에는 풀잎과 나무들이 햇빛을 받기 위해 기를 쓰고 위로 위로 고개를 내밀듯이, 지상(至上)의 삶을 꿈꾸고 초월의 꿈을 꾸며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으며 축복받는 한 해가 되게 하자.


오늘이 어제와 다르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구이며 그 열망에 기대어 인류의 역사는 진일보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다소 과도한 기대와 갈망이 있을 수 있고, 어제의 자기를 뉘우치지 못하는 뻔뻔스러운 출발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세상을 뜬 사람이 그토록 기다리던 날이었음을 생각하자.

또 한 해가 밝았다.

새삼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자세를 가다듬게 하는 아침이다.


탁상달(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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