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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식당에서 만난 소녀

김성룡
0 380 2022.06.15 14:12

어느 식당에서 만난 소녀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느릿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너덜너덜한 행색은 한 눈에 봐도 걸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도 코를 찔렀다.
주인아저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 이봐요!! 아직 식당 영업 개시도 못했으니까 다음에 와요!”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앞을 못보는 아빠의 손을 이끌고 조용히 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아저씨는 그때서야 이들이 음식을 사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저어... 아저씨! 순대국 두 그릇 주세요”
"응 알았다... 근데 얘야 이리 좀 와 볼래"
계산대에 앉아 있던 주인아저씨는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거긴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야."
그렇지 않아도 주눅이 든 여자아이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얼굴빛이 금방 시무룩해졌다.
" 아저씨 빨리 먹고 갈게요... 오늘이 우리 아빠의 생일이에요."
아이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 원짜리 몇 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보였다.
" 알았다... 그럼 빨리 먹고 나가야 한다."
잠시 후 주인아저씨는 순대국 두 그릇을 갖다 주었다.
그리고 계산대에 앉아서 물끄러미 이들의 행동 모습을 바라봤다.
" 아빠 내가 소금 넣어 줄게"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국밥 속에 들어 있던 순대며 고기들을 떠서 앞 못 보는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주는 것이었다.
" 아빠 이제 됐어 어서 먹어... 근데 아저씨가 우리보고 빨리 먹고 가야 한댔으니까 어서 밥 떠 내가 김치 올려 줄께."
수저를 들고 있는 아빠의 두 눈 가득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인아저씨는 조금 전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한 뉘우침으로 그들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힘들게 살아가는 요즘, 그래도 주변과 이웃인 나 아닌 너에게도 누군가를 돌아보고 타인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그런 베풂의 문화가 일상 속에서 많이 살아 꿈틀거려 준다면 좋겠다 하는 마음입니다.
잠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글이라서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탁상달(운영위원장)
(사)바보클럽인재양성콘텐츠랩 아침명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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