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사랑
옛날에 거미가 살았습니다.
이 거미에게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징그럽게 생긴 이 거미에게 친구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거미에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의 눈에 거미가 너무도 이쁘게 보여 첫눈에 반한 손님은 거미집 한가운데로 조심스럽게 앉았습니다.
그 손님은 다름 아닌 맑고 투명하며 여러 가지 신비의 실로 짠 옷을 입은 물방울이었습니다.
이 물방울을 발견한 거미는 너무도 반가워서 살금살금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넌 이름이 뭐니?
난 물방울이야 라고 맑고 영롱한 음성으로 대답하자 거미가 다시 물었습니다.
물방울아. “나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없겠니?”라고 하자,
물방울이 “친구? 그래!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 대신 한가지 약속을 해줘”
“뭐니? 네가 내 친구가 되어 준다면 무슨 약속이든 들어줄게”
거미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뭐냐 하면, 절대로 날 만지면 안돼. 알았니?”
“좋아 네가 나의 친구가 되어 주니 난 너무 행복해”
거미는 두 손을 번쩍 들고 너무 좋아했습니다.
이제 거미는 물방울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물방울을 안아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습니다.
물방울과 한 약속이 있어 참고 참았지만 날이 갈수록 안고 싶은 욕구는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거미가 용기를 내서 물었습니다.
“너 한 번만 안아보면 안되겠니?”
물방울이 당황해서 손을 저으며 말했습니다.
“그건 안돼! 내가 네 부탁을 들어주었듯이 너도 나와의 약속을 지켜 줘.”
거미는 물방울의 단호한 말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미는 물방울을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갔습니다.
“나, 딱 한 번만 널 안아볼께, 응?”
물방울은 거미의 애처로운 얼굴을 말없이 바라봤습니다. 한참 후 물방울이 말했습니다.
“거미야? 넌 날 사랑하니? 거미는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하니?” 하자
물방울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나와 한 약속을 지켜 줘.”
거미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떨군 채 돌아섰습니다.
물방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물방울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거미가 실의에 빠져있자 하루는 물방울이 불렀습니다.
“거미야, 넌 날 사랑하지?" "그럼, 사랑하고 말고...”
“만약에 내가 너의 곁을 떠난다 해도 날 잊지 않을 거지?” “갑자기 그런 말을 왜 해? 만약 네가 떠난다면 난 아마 너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 거야”
“거미야. 난 내가 널 떠나가도 늘 너의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 너도 날 잊지 말아줘.”
물방울은 두 눈을 살며시 감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거미는 너무도 기뻤습니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물방울을 힘껏 안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물방울은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거미는 물방울을 만지는 건 고사하고 볼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거미는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버렸습니다.
사랑이란 소유가 아닙니다.
사랑은 아끼는 마음이자 베푸는 마음입니다.
사랑은 이해하는 마음이자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탁상달(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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