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버리고 떠나기 글을 되새겨 보며
맑게 흐르는 개울가에 무심히 앉아 있노라면 사는 일이 조금은 허허롭게 묻어올 때가 있다.
한 세상이 잠깐인데 부질없는 일에 얽매여 시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 얽매임에서 휠휠 벗어나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몫을 다할 때, 비로소 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 일이 자신의 몫이 아닌 줄 알면서도 둘레의 형편 때문에 마지못해 질질 끌려간다면
그것은 온전한 삶일 수 없다.
서로가 창조적인 노력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오고 가며 만나는 사이를 어떻게 친구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저 무가치한 일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소중한 삶을 쓰레기 더미에 내던져 버리는 거나 다름없다.
창조적인 삶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지내건 간에 가치를 부여할 만한 것이야 한다.
그리고 늘 새로운 시작이 뒤따라야 한다.
새로운 시작이 없으면 그 무슨 이름을 붙이건 간에 타성의 늪에 걷혀 이내 시들고 만다.
웅덩이에 괸 물은 마침내 썩기 마련이며 흐르는 물만이 늘 살아서 만나는 것마다 함께 사는 기능을 한다.
꽃은 날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겉모습은 어제의 그 꽃과 같지만 유심히 들어다 보면 어제의 것이 아니다.
새로운 빛깔과 향기로써 그날을 활짝 열고 있다.
그러다가 제 몫을 다하고 나면 머뭇머뭇 뒤돌아보지 않고 미련없이 뚝뚝 무너져 내린다.
우리가 뜰이나 화분에 꽃을 가꾸는 것은 단순히 그 꽃의 아름다움만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말없는 가운데 삶의 모습과 교훈을 보여 주고 있는 그 뜻도 함께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탁상달(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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