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장의 국밥 / 조양제
힘든 노동을 마치고
국밥 앞에 앉았다
그 등에 삶의 무게가
천근이다
깍두기도 김치도 그대로
숟가락도 들지 않는다
무슨 생각에 빠져 있을까
그의 삶에 빛이 아닌
빚이 스며든다
그래도 그래도
힘을 내야지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한 숟가락을 떴다
차마 입으로 가지 못한다
소주를 시킨다
밥보다 술이 먼저다
쓰다
인생이 참 쓰다
드디어 한 숟가락을 떴다
근데 국밥에
아,
그의 눈물이 한 방울 톡
짜다
인생은 참 짜다
- 조양제 시집 " 너는 단 하루도 비를 맞지 않았다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