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수다쟁이 / 장혜진
어느샌가 글이 내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글의 목소리는
따뜻하면서도 달콤한
유자 향기처럼
특유의 향으로
내 혼을 쏙 빼놓는다
가만히 귀를 맡겨보니
새처럼 종알종알 대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글의 이야기
그 작고 귀여운 입에
조그마한 새빨간 딸기를
쏙 넣어주며
잠시 수다를 멈추고
쉬라는 신호를 보낸다
언제 다 먹었는지
다시 종알종알 대는
글의 목소리
오늘도 조용히 명상을
하기에는 틀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