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

비가 내리는 날 / 최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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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빛나는 설레임으로 태어난 날

눈에 고인 하늘은 순하고 순결한 땅에

생명의 호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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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그날을 꺼내어 바닥에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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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입술은 비를 기억하고

연정의 숨결에 스며든 것은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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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가 내린 우묵한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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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투명한 유리창에 내리기 시작한다

부끄러워 발그래진 빗물이 온몸으로 흘러내리고

손 편지를 실은 돛단배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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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비는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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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비가 되어 내리던 날,

쏟아지는 별처럼 음울한 목소리로 고백하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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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열 시집 " 바람이 속삭이는 말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