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얼마나 멀리서 / 나희덕
저 석류나무도
빛을 찾아나선 삶이기는 마찬가지,
주홍빛 뾰족한 꽃이
그대로 아, 벌린 입이 되어
햇빛을 알알이 끌어모으고 있다
불꽃을 얹은 것 같은 고통이
붉은 잇몸 위에 뒤늦게 얹혀지고
그동안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사랑의 잔뼈들이
멀리서 햇살이 되어 박히는 가을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어도
빛을 찾아나선 삶이기는
마찬가지, 아 , 하고 누군가 불러본다
- 나희덕 시집 " 사라진 손바닥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