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나면

비가 오고나면 / 이어령

비가 오고 나면
가지마다
이파리마다
빗방울이 맺힌다

빗방울은 눈물이 된다
슬픈 일도 없는데
눈물이 된다

나뭇가지가 운다
파란 하늘이 너무 맑아서
들판의 꽃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리고 제가끔 혼자라서

나무 이파리가 운다
나뭇가지가 운다



- 이어령 시집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