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에 대한 변명 / 김용태
살아 금강역사 같던 소나무
큰 바람에 등치 꺾였다
지난했던 삶의 징표인 듯
들어앉은 옹이
어느 한 고비에서 출렁거렸음을 알겠다
베어 낸 자리
둥글게 키워 나간 궤적에
가만 손 얹으면
지나 온 일들 한 타래쯤 조곤조곤
풀어 낼 것만 같아
어찌 보면 산다는 것은
거친 세월 돌아
겨우 원 하나 새겨 넣는 것이라서
뜻을 하늘에 둔 줄 알았는데
등피 아래로 뭉글진 울음
근본을 아래에 두었음도 알겠다
누구나 옹이 한두 개는
지니고 살다 간다지만
속으로만 삭이다
죽어서야 꺼내 보이는 의젓함이라니
아, 뒷날
내 생 들어낸 자리가
저리 환할 수만 있다면
- 김용태 시집 "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