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 이광희
시든
사랑이든
몇 번은 잠결에 불을 켰다 끄며
가슴애피를 해야 하고
또 몇 번은 떠났다가
돌아와야 성숙하는 것
쉽게 만나 하나가 되려 해도
자꾸만 돌아서는 성질 때문에
우린 서로 떨어져 살다가
먼지처럼 사라질까 두려워한다
헤어진 뒤에도 만나야 하고
만난 뒤에도 그리워할 수 밖에 없다
세상엔 온전히 한 알로만
살아갈 수가 없으니.
- 이광희 시집 " 몽주루의 굽은 길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