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하루 / 김비
세상 말을 다 듣고 어떻게 살겠는가
풀벌레의 맑은 소리에 귀를 씻고
낮고 투명한
진실의 소리를 들으리
말없이도 충분한 마음의 소리를 들으리
세상일을 다 마음에 두고 어떻게 살겠는가
나무처럼
꽃도 이파리도 열매도
버릴 때는 버려야지
철새처럼 빈 하늘만 남길 줄도 알아야지
세상의 하루는
지난 상처와
오늘의 욕심
내일의 염려를 놓을 수 있다면
일용할 만큼의 행복을 얻으리
하루치의 그리움
하루치의 사랑
하루치의 자유
아! 깃털 같은 무게도 짐이 될 수 있는
하루치의 아픔...
이 모두가 비 온 뒤에 잠시 선 무지개라 해도
그대여!
우리가 꾸었던 같은 꿈마저 기어이는 버렸기에
새처럼 꽃처럼
삶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 김비 시집 " 꽃밭에 숨어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