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촛불이다 / 강영환
나는 그 동안 어둠 속에서
어둠을 입고, 어둠을 먹고
불온한 자세로 어둠을 잤다
그때 나를 깨운 건 촛불이었다
두 손으로 촛불을 감싸 안았다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는
비린내나는 말에 일어나
촛불을 횃불로 키워
어둠을 가로질러 갔다
눈썹에 진눈깨비 몰아쳐도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도
기름을 끼얹으며 길 끝까지 달렸다
나는 지금 촛불 속에서
촛불을 입고, 촛불을 먹고
촛불을 밝힌 침상에 들고 싶어
어둠 가운데다 촛불을 켠다
- 강영환 시집 " 숲속의 어부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