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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수다

인연

장혜진 좋은글
0 851 2024.11.04 16:34

인연 / 정재훈

한 남자가 있습니다

걸음걸이 참 위태롭습니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꽤나 지쳐 보입니다

서로 모르는 한 쌍의 남녀가

같은 골목에서 스쳐지납니다

두 개의 가로등이 그들 앞에 켜집니다

눈이 부셨는지 잠시 멈춰섭니다

빛 사이 뒤돌아선 남녀

그림자가 겹쳐 보입니다

전생에 인연이 있었을까요

우연은 필연으로 바뀔까요

밤이슬 머리 위로 내려앉습니다

잠깐이지만 그 둘

같은 향기 품었습니다

- 정재훈 시집 " 그녀의 계절에 쏟아지던 꽃잎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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