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정재훈
한 남자가 있습니다
걸음걸이 참 위태롭습니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꽤나 지쳐 보입니다
서로 모르는 한 쌍의 남녀가
같은 골목에서 스쳐지납니다
두 개의 가로등이 그들 앞에 켜집니다
눈이 부셨는지 잠시 멈춰섭니다
빛 사이 뒤돌아선 남녀
그림자가 겹쳐 보입니다
전생에 인연이 있었을까요
우연은 필연으로 바뀔까요
밤이슬 머리 위로 내려앉습니다
잠깐이지만 그 둘
같은 향기 품었습니다
- 정재훈 시집 " 그녀의 계절에 쏟아지던 꽃잎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