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왕소감문

홈 > 커뮤니티 > 바보들의 수다

바보들의 수다

귀뚜라미

장혜진 좋은글
0 858 2024.08.10 16:43

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 나희덕, 젊은 날의 시 "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 중에서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