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아내야만 했다 / 박진우
시계추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가면
희망은 삐거덕대고
결핍된 자아는
무력함의 원을 그린다
비틀대던 영혼은
한 모금의 물을 찾아
세상을 누더기 걸음으로
걸어가고
시계 분침 속에서
잊힌 이름이 될 때
별빛에도 흔들리는
소슬한 바람이 되었다
신에게 드리는 기도는
유일한 삶의 끈이 되었고
물빛에 투과된 갈망은
새벽녘 꿈틀대는 꿈이 되었다
- 박진우 이북 시집 " 그래도 살아내야만 했다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