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여름 / 장혜진
우당탕 소리를 내며
아침부터 요란하게
봄 녀석이 짐가방을 싸며
내게 손을 흔들며 점점 멀어져간다
저만치서 들려오는 여름의 걸음소리
어느새 바로 내 앞까지 걸어와
나를 향해 잘부탁한다며 손을 내민다
손을 마주 잡은 채 여름의 귀에다 대고
이번에는 무더위라는
심술을 덜 부리길 부탁해본다
어느새 햇살과 함께
바다의 물을 뜨겁게 데운채
손끝으로 무더위를 형성한 여름이
나를 향해 얄밉게 혀를 내민다
아, 이번 여름도 무탈히 지내기엔
힘들것 같다
#시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