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은 것들 / 권애숙
이제 홀가분해졌으면 좋겠어
새가 밟고 간 강물의 정면처럼
바람이 건너간 나무의 뒤편처럼
금방 바래질 웃음으로는 그림이 되질 않잖아
누군가 던져 넣은 돌멩이가 바닥을 쳤겠다
경계를 넘은 것들의 힘을 믿어
떠오른 물의 바닥이
나무의 길로 번져갈 때
풍경을 익히는 골짜기를 봐
홀로 소용돌이친 색들은 앉기만 해도 절창이다
보름을 지나 그믐으로 가는 하현,
구부러지며 만든 폼은
골방마저 뜨겁다
능청스럽게 계절의 저편으로 그만
옮겨 앉아도 좋겠어
이미 정결한 숨과
진한 울음 잎잎이
완성의 빛깔로 너에게 닿아 있으므로
- 권애숙 시집 " 당신 너머, 모르는 이름들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