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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수다

나는 촛불이다

장혜진 좋은글
0 783 2024.12.08 15:11

나는 촛불이다 / 강영환

나는 그 동안 어둠 속에서

어둠을 입고, 어둠을 먹고

불온한 자세로 어둠을 잤다

그때 나를 깨운 건 촛불이었다

두 손으로 촛불을 감싸 안았다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는

비린내나는 말에 일어나

촛불을 횃불로 키워

어둠을 가로질러 갔다

눈썹에 진눈깨비 몰아쳐도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도

기름을 끼얹으며 길 끝까지 달렸다

나는 지금 촛불 속에서

촛불을 입고, 촛불을 먹고

촛불을 밝힌 침상에 들고 싶어

어둠 가운데다 촛불을 켠다

- 강영환 시집 " 숲속의 어부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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