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 권상진
생각들 모두 등 뒤로 밀치고
모로 눕는 밤
어떤 생각은 온순하고,
몇몇은 기어이 등을 타고 넘어와
감은 눈꺼풀에 대고 쉴 새 없이 조잘댄다
돌아누우면
등 뒤에 있던 눈치 없는 것들이
또 알은체를 하며 말을 붙여 온다
도무지 잠들 수 없는 밤
어떤 기억은, 혹은 오지 않은 일들은
왜 어둠보다 더 선명하게 깊어 가는 것일까
일어나 무릎을 안았다가 커튼을 젖혔다가
걱정들 틈에 다시 몸을 끼우고
눈을 감는다
멀찍이서 나를 힐끔거리던 한 놈이
등 뒤로 슬금슬금 기어와 귀에 입술을 댄다
안 자는 거 다 알아
- 권상진 시집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