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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수다

실직

장혜진 좋은글
0 788 2024.12.01 18:02

실직 / 권상진

생각들 모두 등 뒤로 밀치고

모로 눕는 밤

어떤 생각은 온순하고,

몇몇은 기어이 등을 타고 넘어와

감은 눈꺼풀에 대고 쉴 새 없이 조잘댄다

돌아누우면

등 뒤에 있던 눈치 없는 것들이

또 알은체를 하며 말을 붙여 온다

도무지 잠들 수 없는 밤

어떤 기억은, 혹은 오지 않은 일들은

왜 어둠보다 더 선명하게 깊어 가는 것일까

일어나 무릎을 안았다가 커튼을 젖혔다가

걱정들 틈에 다시 몸을 끼우고

눈을 감는다

멀찍이서 나를 힐끔거리던 한 놈이

등 뒤로 슬금슬금 기어와 귀에 입술을 댄다

안 자는 거 다 알아

- 권상진 시집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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