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편지

홈 > 바보클럽 > 명상편지

명상편지

배철현의 현관(玄關)얘기

정유진
0 2,864 2016.10.10 15:39

455338869_jaK43NRA_c01f20da953c3b24b4354

 

배철현의 현관(玄關)얘기

 

어릴 때 방학이 되면 친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 지냈다.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할머니의 땀과 사랑이 베어 있다. 할머니는 어린 손주에게 모든 것을 허용했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문지방 위에 서지 마라!” 할머니는 내가 문지방 위에 서면 집안으로 들어오는 복이 달아나고 귀신이 나를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때만 되면 문지방 위에서 놀다 할머니한테 혼나던 기억이 난다.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장소가 있다. 내부를 외부로부터 구별하기 위한 특별한 공간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기다린다. 이곳은 내부도 아니고 외부도 아닌 ‘가물가물한’ 장소이기 때문에 현관(玄關)이라고 불렀다.

 

건축에서 현관이란 주택의 정면에 낸 출입구를 이른다. 지금은 일반집의 단순한 출입구나 신발을 벗어 놓는 장소로 그 뜻이 축소되었지만, 원래는 불교사찰의 첫 번째 문을 가리켰다. 불교에서 현관은 현묘(玄妙)한 도(道)로 들어가는 문으로 속세를 떠나 영원한 극락세계로 떠나기 위한 출발점이다. 현(玄)자는 원래 누에가 고치를 치기 위해서 자신의 입에서 실을 뽑는 행위와 누에가 고치 안에서 변신하여 나비가 되는 신비한 변화를 형상화한 단어이다. 누에는 몸을 8자로 움직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실을 뽑아낸다. 그 행위를 ‘작고 여리다’는 뜻으로 요(요)라 부른다. 이 지속적인 행위로 고치를 짓는 것을 현(玄)이라고 한다. 밖에서는 볼 수 없지만, 고치 안에서는 천지가 개벽하는 변신이 일어난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서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나비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누에가 나비가 되는 ‘가물가물’하게 나오는 과정을 현(玄)이라 한다.

 

♡지금 우리 바보클럽이 현관을 막 지나고 있는 중이다.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랑과 낭만을 찾아 만족.감사.행복의 단계를 넘어 봉사의 단계까지 와 있는 것이 현관을 막 넘어 선 단계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토록 심혈을 기울일 때다.

때가 되면 누에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어 날아 가듯이 우리는 날개를 달기 위해 그 오랜 세월을 지금까지 인내와 낭만을 배워 온 것이다.

온 바클회원에게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