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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는 왜 벼슬을 하지 않았는가 2

김동민
0 3,584 2016.08.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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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는 왜 벼슬을 하지 않았는가 2

 

경남 삼가현(현 합천군 삼가면) 토동에서 태어났다. 5살 때 아버지 조언형 과거 급제, 가문의 영광 18살 때까지 성수침의 사사를 받고 조광조의 문하에 들어가 수학한다. 성수침은 성혼의 부친이며 성삼문의 조부이다. 중종대의 최고 개혁자 조광조의 문하라는 것도 대단하지만 성수침이 죽었을 때 기대승과 이황 등이 묘비명과 묘갈명을 썼다는 것을 보면 성수침의 위상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승승장구할 것 같던 그의 길은 갑작스레 어두워진다. 조광조가 실권하고 죽음을 맞는 사건이다. 스승 성수침은 낙향을 하고 1등으로 생원에 2등으로 진사에 급제한 것도 모두 허사가 된다.
유학자로서의 입신양명의 길을 결정적으로 비틀어버린 것은 연이은 사화였다. 아버지 조언형과 삼촌 그리고 한성부좌윤을 역임한 송인수 같은 벗들이 기묘사화, 을사사화로 죽었다. 진정한 절망과 공포정치의 시대였다. 암울한 시대상황에서 오직 보신과 연명을 위해 울분을 참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이제 막 약관을 넘긴 청년 남명은 과연 이런 정치에 가담해 정치를 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를 고민한다.
하지만 그의 선택을 두려움에 의한 보신을 위한 회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은둔이라 부르는 것이 좋겠다. 그는 정치에 등을 돌리는 은둔을 스스로 선택하고 벼슬길에 오를 것을 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권유를 뿌리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처사의 길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의 정치적 입지는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커져 갔다. 사람들 모두가 그가 남다른 뜻이 있어 벼슬에 나아가지 않는 것일 뿐 누구보다 학문과 뜻이 선비적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입신하고 도가 없으면 은둔한다는 논어의 경구가 그의 결정을 부동의 것으로 만드는 결정적 요소였다. 그는 당대의 정치 현실을 도를 잃은 것으로 평가했으니 벼슬에 나가는 자들은 졸지에 도가 없는 곳에서 허명이나 훔치는 소인배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바보클럽.아침.명상편지.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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