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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沈默)

정유진
0 2,424 2016.10.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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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沈默)


- ​한용운(韓龍雲) -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黙)을 휩싸고 돕니다.

 

♡지은이 : 한용운(韓龍雲, 1879-1944)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 호는 만해(卍海, 萬海). 3.1운동 때 민족 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였고 옥고를 치르면서 항일 독립 운동의 투사로 활약했다. 시의 경향을 보면, 연 구분이 거의 없는 사설조로, 서정성 짙으며 철학적, 종교적이면서도 연가풍(戀歌風)의 특징을 지닌 시가 많다. 대표작으로 “나룻배와 행인”, “님의 침묵”, “알 수 없어요”, “복종” 등이 있다.

여기서의 님은 조국이며 광복을 염두에 두고 쓴 시라는 평이 가장 많다.

지금 바클의 목표는 영성이 높은 지도자 양성이며 국민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일을 하고자 함이다.나아가 결국 우리도 통일를 염두에 둔 높은 이상이 담겨 있기에 님의 침묵으로 아침을 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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