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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수다

인사의 마지막이 ‘코로나 조심해’가 된 요즈음입니다.

김초민 좋은글
3 1,935 2020.03.12 12:30

대학교 선배이자 연극배우 정민규님의 코로나19 기부 후기를 퍼왔습니다. 



인사의 마지막이 ‘코로나 조심해’가 된 요즈음입니다.

29년 만에 처음으로 마스크를 끼고, 습관이던 마른기침이 고쳐지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모두 안녕하신가요?



마스크를 사기 위해 남녀노소 없이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어느새 익숙해졌습니다.

공연이 무기한 연기되고, 취소되는 일은 이제 일상다반사가 되어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아졌습니다. 

저 또한, 본래 4월 20일에서 30일까지 공연을 할 계획으로 연습 중이던 ‘펠리칸’ 공연의 연습이 취소된 지도 벌써 3주째가 되어갑니다. 

공연을 준비하던 저와 돈가스 가게에서 일을 하며 공부하던 여자친구 둘 다 갑작스레 백수가 되었습니다.

문을 닫은 상점들도 부기 지수로 눈에 보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요즈음입니다.

오늘, 저의 여자친구와 함께 코로나 관련 기부를 하였습니다. 

‘같이 기부할래?’라는 말에 아무런 따짐도 없이 함께하겠다고 하는 아주 고맙고 좋은 사람입니다. 

요즘 *‘zero waste’ 운동에 관심이 있는, 저에게 많은 자극과 안정감을 주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기부 액수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얼마를 상상하시든, 그것보다 훨씬, 훨씬 더 적은 액수입니다. 

이 액수를 보고 누군가가 ‘백시언’ 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1시언=30페이커’ 라는 댓글들이 인터넷 기사에 수없이 달려있습니다. 

물론 저 댓글을 쓴 사람의 의도는 반어법이고 드립이라는 것은 알지만, 

저런 드립이 발생할 수 있는 사회는 뭔가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냥 유쾌하게 볼 수만은 없는 것은 제가 점잖을 떨고, 흔히 말하는 선비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 거라 생각이듭니다.

상식이 없는 요즈음입니다. 곳곳에 혐오가 넘칩니다. 

정치적 관점에 따라, 성별에 따라, 출신 지역에 따라, 작게는 학벌까지, 이제는 코로나라는 전염병까지 혐오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코로나에 감염된 확진자들은 결코 원해서가 아닌데, 마치 죄인 마냥 보여집니다. 

그것은 신천지의 신도였던, 국외 여행자이든, 부산의 모 교회의 신도이든, 모두 평등하게 ‘환자’이지, ‘죄인’이 아닙니다. 

개개인의 대처가 아쉬울 순 있으나, 그것이 그들을 헐뜯을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천지 신도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기기 위해 각 집을 돌며 마스크를 나눠준다 카더라.’, 

‘일반교회에 잠입하여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기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카더라.’ 

이런 유언비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집단이 어디인진 모르겠습니다만, 이러한 선동을 하는 사람은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무런 진실에 대한 검증 없이 이런 이야기를 옮기는 사람은요? 

또는 한 줄짜리 간단한 기사나 찌라시를 보고 당연하게 믿어버리는 누군가는요? 상식적인가요?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지금 이 글에서 제가 말하는 상식은 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지금 우리에게 사랑이 존재하나요?

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장이 ‘where is the love?’라고 생각합니다. 

‘연기에 있어’라는 것은 ‘삶에 있어서’라고도 말 할 수 있겠죠. ‘사랑이 어디 있는가?’ 여러분에게 사랑은 어디 있나요?

동시대에 이곳에 함께 부대끼게 된 것은, 분명 어떠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서로 혐오해야하나요? 서로 조금만 더 사랑할 순 없을까요.



물론 저 또한 사랑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스스로 상식적이라고 생각은 하나, 그러하지 않다는, 모순투성이인 인간임도 확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생질을 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너무나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라고 습관처럼 하던 말에 아주 조금이라도 책임지기 위함입니다. 

*중지 손가락에 잡힌 멍울을 부끄러워하던 누군가와 같은 마음으로 이렇게나마 조금 움직여 봅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하여 너무나 두서없고, 길기만 한 글이 된 듯합니다. 

인별에서 작은 화면으로 글을 읽기도 힘든데, 이런 똥글은 더욱 읽기 힘들 듯합니다.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이 있다면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아주 잠깐이라도 상식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이 힘든 시기를 모두 같이 사랑하며 이겨나갈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랍니다.



출처 : https://www.instagram.com/p/B9mKJq-Joy4/

댓글

김성룡
탁상달
최근의 사회현상에 대한 일갈!
양심도 진정성으로 받아드리지 않는 현실에 대한 섭섭함!
일말의 인격도 없이 그저 격하고 거친 언어를 무분별하게 쏟아내어 사회를 양분시키는 집단에 대한 탄성!
어렵고 힘든 사회일수록 서로 주변을 돌아보고 나보다 더 여린 분들에게 대한 배려 등이 담긴 글이네요.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탁찬우